현의 노래를 읽고
내가 좋아하는 소설 작가인 김훈 선생의 최근 소설인 현의 노래를 읽었다. 가야 왕국에서 가야금을 발명한 우륵에 대한 이야기 인데, 소재만 놓고 봤을 때는 흥미가 일지 않았으나 읽고 보니 역시 대작가의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내용은 우륵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그 내용이 펼쳐진 배경은 가야국이 신라에 의해 망해가는 삼국시대였는데 그동안 거의 알지 못했던 가야국의 역사를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내가 김해 김씨이고 가락국 김수로왕의 후세라는 사실만 알았을 뿐 가락국의 역사는 이다지도 몰랐던 점에 좀 부끄럽기 까지 하다.
이 이야기는 망해가는 가락국의 왕이 죽으면서 주변 사람들과 순장되는 모습에서 시작되는데, 가락국에서는 왕이 죽으면 문무 신하 두명, 몸종 시녀 여러명, 일반 백성들을 농부,어부, 대장장이, 노부부, 애딸린 젊은 부부 이렇게 50여명을 묶어서 같이 순장하였다고 한다. 순장의 모습과 전투 모습이 김훈 작가 특유의 감정이 배재된 직설적 화법으로 표현되어 너무도 생생히 묘사되었다. 소설이지만 15세 이상 관람가로 정해져야 할 정도로?
순장이라는 악습은 신라가 불교를 받아들이고 가락국이 복속되면서 점차 사라졌으나, 약 천년전만해도 한반도에서 흔한 풍습 중의 하나였나보다. 문제는 이러한 악습이 현대의 인본주의와 거리가 먼 것은 차치하고서, 인간의 노동력이 매우 중요했던 고대사회에서 한 나라가 망하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을 것인데, 몇 백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전쟁으로 죽고, 순장으로 죽고, 질병으로 죽고, 짐승에 죽고,, 고대 사회는 진실로 사람 수명 평균이 낮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삼국시대를 생각하면 과연 우리의 역사의 범위가 어디까지 포함되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때가 많다. 예전에 역사를 연구할 때 속지주의, 속인주의 이렇게 나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속지주의라 함은 현재 대한민국을 이루는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는 과연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속인주의라 함은 사람의 핏줄에 따라서 자신의 혈연적 조상의 역사가 자신의 역사라로 해석하는 것인데 이 또한 문제는 내포하고 있다. 특히 고구려 / 발해의 인구 중 상당수는 중국 북방민족이 많이 섞여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이또한 우리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중국이 최근 동북공정이라고 하여 현재 중국땅에 있었던 나라의 역사는 자신의 역사라고 우기고 있다는데 솔직히 발해 등의 역사가 우리 한국 고유의 역사라고 주장하기에는 그 논거가 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역사는 자신의 현재의 입장에서 기억하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부분만을 들어내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런 논리 때문에 삼국시대에 있었던 순장제도, 마목자 제도등 요즘 이해 못할 관습들은 학교 역사시간에 못배우게 되는게 아닐까?
ps. 이번 현의 노래는 아이폰을 통해 전자책으로 읽었다. 출퇴근 하며 쓸데없이 인터넷 검색하는 것보다 전자책으로 책 읽은 것이 훨씬 나을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책을 펼치고 읽는 맛은 없어저 좀 뭔가 허전한 것 같다. 특히 김훈 작가는 글을 쓸 때도 아직 컴퓨터가 아닌 연필과 지우개를 가지고 몸으로 글을 쓴다고 하는데, 대작가에 대한 결례가 아닌지 싶었다.